내가 인도네시아에 온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한번 생각해봤다. 대체 나는 지인도 없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선택한 것인가에 대해 정말 오랜만에 생각해봤다. 사람이 살다보면 최초에 떠올렸었던 그런 인생의 목적과 목표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머릿속에서 희석되고 빛이 바래 잊혀지기 마련인데 지금의 내 상황이 딱 그렇다.
그래서 1년 동안 차곡차곡 썼었던 블로그를 뒤져봤다. 그 당시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떤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금 확인해보고 싶었다. 글쓰기의 위대함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 하여금 회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데 글쓰기의 위대함이 있다.
군 전역을 마치고 만 26세가 되던 해에 제2의 사춘기가 찾아왔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몇달을 그렇게 고민 속에서 흘려보냈다. 그 때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한 단어는 '후회'라는 단어였다. 도대체 어떻게 살면 나중에 내 인생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러던 와중에 인도네시아 연수 공고를 마주하게 됐다.
어렸을 때 떠났었던 온두라스에서의 유학생활은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준 경험이었고 이 경험이 바탕이 되어 항상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그런 막연한 꿈을 갖게 되었었다. 그 잠재의식 속에 갖혀있던 생각들이 그 공고를 봄과 동시에 스멀스멀 밖으로 비집고 나왔고 지금 이걸 선택하지 않으면 몇년 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그때의 나는 무조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쉽지 않은 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었다.
그 생각을 가지고 한국땅을 떠났던게 벌써 3년이 됐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렸고 어학연수를 거쳐 해외에서 달러를 버는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버렸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모든 의사결정을 그때와 마찬가지로 '후회'라는 단어를 판단기준으로 세워놓고 모든 결정을 내린다. '과연 이 선택이 시간이 흐른 후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인가'가 내 최대 판단기준이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인도네시아에 온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분명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떠나지 않은 나 자신은 한국에서 그때 그 선택에 대한 엄청난 후회를 하며 살아가고 있을 거다.
나만의 장소에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내 삶을 돌아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회고장치 중 하나다. 앞으로의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차곡차곡 나의 인생을 글로써 쌓아올리며 그와 동시에 내가 사는 인도네시아 생활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로써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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