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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런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코로나 선별 진료소 (Feat.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비자업무 중단)

오늘을 기점으로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3,000명이 넘어갔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이렇게 전염병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큰 문제 없이 잘 넘어가나 싶었던 확진자 수는 대구의 신천지 교도들로부터 시작하여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며 그 수가 급증했다.

 

신천지 교인들도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기에 이 모든 것을 그들의 잘못으로 호도하여 국가적 재난의 트리거(trigger)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못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들로 말미암아 사태가 심각하게 확산되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거기에 다수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라는 범주 안에 신천지가 포함되어있다는 사실도 이 큰 혼란과 편중된 사고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일단 오늘 시간 3월 1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아직까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스마랑이라는 동네는 불감증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도 없고 당연히 이를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없다.

 

다만 한국의 상황이 악화되자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인도네시아 내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선별 진료소를 공지하여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추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마다 선별진료소가 많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한국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중부자바, 발리의 선별진료소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증상이 의심되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병원을 방문한 후, 샘플을 채위하면 결과는 2~4일 후에 나온다고 공지를 해두었는데 사실 인도네시아 거주하는 사람들은 2~4일은 말도 안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행정적으로는 그 효율성과 속도가 후진국에 속하는 나라라서 현재 확진자가 없다는 전제 하에 저렇다는 것이지 이 많은 인구 중 확진자가 발생하는 순간 아마 행정마비가 오지 않을까 감히 예상 해본다.

 

한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심각성이 대두될 수록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이라는 존재는 기피의 대상이 되어간다. 베트남에 살고 있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베트남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져버렸다.

사실 국가 차원에서 한국인들을 격리 시키는 건 옳은 처사라고 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국가는 자국민 보호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하고 그런 측면에서 감염자 수가 많이 발생한 한국인들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나도 그렇고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동포들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일단 베트남은 한국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들은 14일 간의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증상을 불문하고 시설에 격리시킨다. 사실상 한국사람들에 대한 전체적인 감시와 격리를 진행한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아직까지는 베트남 같은 한국인에 대한 감시와 격리조치는 하달되지 않았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비행편이 급격하게 감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 인도네시아 대표 항공사인 가루다 항공에서도 자카르타와 인천을 오가는 비행편을 다수 감축시켰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또한 인도네시아 향 비행편을 감축하였다.

 

 

상기 감축은 기본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다. 항공사에서도 당연히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지면 비행편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대비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비행편 감소는 단순히 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만은 아니다. 수요 감소와 함께 한국인이 자국에 입국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기본적으로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시행되는 조치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비행편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비자업무 또한 중단되었다. 비자 업무가 중단 되었다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요청을 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들어오기 위해 준비 중인 한국인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그 바람에 KITAS 발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고 그럴수록 국제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게 변질되어가고 있다. 각 국에서의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을 이해하면서도 해외에서 거주하는 와중에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건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 살면서 대한민국 여권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아직까지 괜찮다고 하지만 추후에 만약에라도 확진자가 발생하여 전염이 확산되면 그때야말로 한국인들이 현지에서는 경계1호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게 참 안타깝고 불안하다. 그런 상황까지는 제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