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런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살려면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될까? (feat. 인도네시아 물가)

inki cho 2020. 2. 8. 13:48

불과 3년 전 만 해도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고 있었고 기껏해봐야 발리라는 데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거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다. 당연히 여기서 이렇게 살게 될 거란 기대도 안했고 생각도 전혀 안하고 살았었는데 지금 여기에 온지 벌써 4년차가 되가는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참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혼자 타지 생활을 하다보면 생활비 문제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슈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되어버린다. 생활비라는게 아끼고 아끼면서 살면 또 그냥 그렇게 살아지게 되지만 국가 간 물가의 상대적인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급여와 거의 동일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많이 받으면서 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에서 살면 돈을 모으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

 

그런면에서 인도네시아 물가는 한국보다 많이 저렴하다. 물론 여기에서 할거 다하고 한국에서 안했던 걸 하려면 오히려 한국보다 더 쓰게됨은 분명하게 될테지만 정신을 잘 가다듬고 살면 내 손에 쥐게 되는 돈이 훨씬 더 많아진다.

 

 

1. 스타벅스 커피 값

일단 가장 나한테 가장 중요한 물가의 잣대는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스타벅스 커피값이 가장 비싸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데 너무나도 다행히 인도네시아 커피 가격은 한국에 비해 너무 착하다.

요즘 한국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값이 5000원 정도 하는데 인도네시아는 37,000루피아 (약 3,200원) 밖에 안하니까 약 1,800원이나 차이가 난다. 물론 커피값이 저렴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인 것이 주요한 원인일테고 인도네시아가 커피산지인 원인도 있을 거라 예상한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나는 커피를 거의 매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래서 확실히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커피 값이 훨씬 줄었다. 약간 나에게는 관리비, 전기세 처럼 고정비용과 마찬가지인 게 커피 값인데 그 값 자체가 3~40%가 줄어드니 훨씬 좋다.

 

 

2. 집세

다음은 집세다. 일단 집세는 한국과 비교하기가 쉽지가 않다. 전세 시스템 자체가 없고 대부분 월세를 일년 치 먼저 지급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이 진행된다. 나중에 포스팅 하겠지만 외국인은 인도네시아에서 부동산을 구입하기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다 렌트를 해서 들어간다.

지역마다 월세 수준이 상이하고 거주형태에 따라 또 다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스마랑'지역의 아파트를 예를 들어보면 이게 또 만만치 않다. 자카르타에 사는 친구들 보면 아파트 월세가 이렇게 비싸지 않던데 나는 이 시골동네에 살면서 그들보다 더 많은 월세를 내고 있다. (물론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거라 내가 딱히 뭐 할 말은 없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위 사진 같은 주택이 아니라 주상복합이나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훨씬 깨끗하고 관리도 쉽고 편리해서 외국인들이 살기에는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그럼에도 스마랑이 인도네시아 수도의 아파트보다 비싸니 이건 단단히 뭔가 잘못 된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월세는 7,000,000 루피아(약 60만원)정도 된다. 물론 요새 한국에서도 보증금 넣고 6~70만원 정도 월세 넣고 살긴하던데 인도네시아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 저렴한 걸 생각하면 집값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네시아에서 살다보면 이 금액이 좀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기에 관리비, 전기세까지 하면 원화로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되어버린다. 만약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었다면 집세를 내는 건 한국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3. 일반 식품 구입비

예전에 이직 전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때에는 사먹거나 해먹을 일이 전혀 없었다. 기숙사 식당에서 해주는 그대로 먹으면 됐고, 그래서 식비로 나가는 돈이 정말 '0'였다. 그게 기숙사 생활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잠 재워주고 밥 먹여주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지금 내 생각이다. 밥을 얻어먹는 대신 내 자유를 회사에 갈아 넣었었다.

 

시내에서 살면서 사먹거나, 장을 봐서 해먹다보니 인도네시아 물가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된 것도 있다. 거의 매일 단위로 장을 보다보니 육류나 채소류는 한국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쌀은 위 사진처럼 통에 들어있는게 55,000루피아 그러니까 한화로 4,800원 정도 하고 소고기는 200g에 보통 3~4,000원 선이다. 확실히 같은 양으로 마트에서 장을 봐도 한국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물론 기본적인 재료들의 값이 저렴하다보니 외식비용 또한 비싸지 않다. 재료 값이 싸다보니 이것저것 사서 집에서 혼자 해먹는 재미도 또 있다. 

혼자 장을 보다보면 먹지도 않을 걸 이것저것 신기해서 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안먹고 몇날 몇일 냅뒀다가 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는데 경험이 쌓여서 이제는 한번 장볼 때 하루, 이틀 먹을 것만 딱 사고 다 먹으면 또 장보고 그렇게 살고 있다. 국내나 해외나 혼자살면 다 똑같은 것 같다. 정신 차리지 않고 막 살다보면 거기에 가속도가 붙어서 제어가 안된다. 처음부터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 된다.

 

인도네시아에 온지 3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게 생활비 측면인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연고 없는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급여와 함께 기본적으로 나가는 생활비, 고정비용들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확실한 건 월세, 공산품 비용은 한국과 같거나 비슷하고, 나머지 측면에선 한국에 비해 더 저렴하다. (물론 자카르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