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런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은 얼마나 될까? (feat. 지역 간 임금격차)

inki cho 2020. 2. 20. 12:03

얼마전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 상승이라는 이슈가 한참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단시간에 갑자기 많이 올라버린 최저임금으로 인해 장점도 있지만 숨어있는 단점의 단상도 드러나게된 계기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한 국가의 성장이 지속될 수록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또한 오르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경제적 순리이지만 그 시기와 정도를 잘 조절하여 급격한 변화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이번에 우리나라는 그 부분을 조금 놓치고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국내 전 지역에 대한 통일된 임금수준이 기준이라면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은 주마다, 도시마다 그 수준이 매우 다르다. 각 섬마다 임금이 다르고, 그 섬 안에서의 주마다 또 임금이 다르며 그 주 안에 있는 도시들마다 또 임금 수준에 차이가 있다. 비슷한 지역에 분포해 있는 지역 간의 최저임금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수도권 지역과 지방 지역의 임금격차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가파른 임금상승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기본정책이 그러하였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임금상승에 대한 정책 개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자카르타를 비롯한 중부자바 지역의 임금도 두 자릿 수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임금상승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산업의 기반인 인도네시아에서 최저임금의 상승은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회사 내부의 불균형과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그런 가능성들이 깊숙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위 자료는 중부자바 지역 35개 군의 최저임금표다. 중부자바 지역 안에 포함되어있는 '군'들이지만 최저임금의 차이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중부자바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라 할 수 있는 '스마랑(Semarang)' 지역의 최저임금은 Rp. 2,715,000 정도이며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23만 7천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반면 중부자바에 포함되어 있는 Wonogiri 지역의 최저임금은 Rp 1,797,000이며 이는 원화로 15만원 정도로 같은 중부자바지만 임금은 약 8만원 정도 차이가 있다. 이렇게 인도네시아는 도시와 도시 간의 임금격차가 확실히 존재하고 주와 주 간의 임금격차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지역 간의 임금격차는 자연스럽게 산업의 이동을 야기한다. 제조업 공장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있던 자카르타 지역의 가파른 임금상승으로 인해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부자바 지역으로 몰려왔고 이런 현상은 현재진행 중이다. 나 또한 스마랑에 살고 있지만 그런 변화들이 눈에 직접적으로 보일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고 그 덕택에 중부자바, 특히 스마랑 지역은 훨씬 더 빠른 인프라 구축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7년 전 Rp. 2,250,000(20만원) 이었던 자카르타 지역의 최저임금이 2020년 현재 Rp. 4,500,000(40만원)에 다다르고 있다. 7년 만에 최저임금이 두배가 상승한 것이다. 자카르타 지역에 베이스를 가지고 있던 제조공장들은 자연스럽게 임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이렇게 가파르게 올라버린 임금을 지불할 수 없고 또 이전을 할만한 여력이 안되는 공장들은 도태되었고 이로 인해 임금체불을 하거나 야간도주를 해버리는 한국인 소유의 공장들도 다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증가율로 올라버린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조코위도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이렇게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파른 임금상승을 인도네시아의 급격한 물가상승률을 쫓아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하면 그 이면이 또 이해가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여러해 생활하고 있지만 물가 대비 인도네시아인들의 소득은 너무나도 낮다는게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공산품, 예를 들어, 나이키, 유니클로,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의 OEM 제조업체가 모두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있으나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소비자가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전혀 없다. 월급을 20~25만원 받으면서 10만원 짜리 나이키 신발을 사서 신고 8만원 짜리 유니클로 옷을 입는다?

 

동일한 가격비율로 생각해보면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약 200만원을 월급으로 수령하는 한국사람이 100만원짜리 신발을 신고 80만원짜리 옷을 사입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일부 존재하고 실제로 이런 절대적인 가격비율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지만 그만큼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소득불균형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내 개인적으로는 물가와 소득 사이의 불균형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미숙한 저축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은행은 화교의 전유물이며 돈을 맡기고 예금이자를 수령하는 행위는 일반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카르타 지역이 아닌 그 이외의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 상승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져야 했을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로 인해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는 수많은 제조업 종사자와 오너들에겐 너무 가슴 아픈 일일 수 없으나 한 국가의, 특히 개발도상국의 인플레이션과 최저임금 상승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0년 전, 중국의 모습을 보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은 모조리 중국행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의 최저임금 또한 상승하였고 자연스레 노동력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 중국의 다음 타자가 바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이다. 

 

이러한 임금 상승세로 미루어 봤을 때, 과연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임금 매력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언젠간 당연히 중국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그러면 그 뒤로는 과연 어떤 형태의 노동력 이동이 일어나게 될까?